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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B' 먹어도 여전히 피곤하다면?... 함량보다 '체내 흡수율' 따져야
현대인의 필수 영양소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비타민 b'다. '에너지 비타민', '활력 비타민'으로 불리며 필수 영양제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매일 고함량 제품을 챙겨 먹어도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함량 비타민을 섭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낮은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을 지목한다. 아무리 좋은 성분도 우리 몸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배출된다면 전혀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상봉 약사(정다운약국)를 통해 비타민 b 섭취와 '생체 이용률'의 연관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봤다.
수용성 비타민의 한계, 지질로 된 '세포막' 통과 어려워 흡수율 낮아
우리 몸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섭취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atp)으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비타민 b1(티아민)이다. 티아민이 부족하면 젖산이라는 피로 물질이 근육에 쌓여 온몸이 쑤시고 무기력해진다.
이상봉 약사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막은 '기름(지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듯, '물(수용성)' 성질인 일반 비타민은 이 기름 막을 직접 뚫고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송체'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 수송체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고함량 비타민을 섭취하더라도 수송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면, 나머지 비타민은 결국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고 만다.
이 약사는 "이것이 바로 함량이 높은 제품을 먹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며 "아무리 많은 양을 먹어도, 내 몸의 세포 문을 통과해 실제로 쓰이는 양 즉, '생체 이용률'이 낮으면 결국 비싼 소변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활성형 '벤포티아민', 세포막 직접 통과… 체내 흡수율↑
이러한 수용성 비타민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활성형 비타민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성분은 '벤포티아민(benfotiamine)'이다. 벤포티아민의 핵심 기술은 비타민 b1의 구조를 변형시킨 데 있다. 수용성 티아민에 특수 구조(s-benzoyl)를 결합하여 물리적 성질을 '지용성(lipid-soluble)'으로 바꾼 것이다. 이상봉 약사는 벤포티아민의 흡수 원리를 '하이패스'에 비유해 설명했다. 벤포티아민은 지용성을 띠기 때문에 좁고 복잡한 수송체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포막의 지질 성분과 잘 융합되어 막을 그대로 뚫고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일반 티아민이 톨게이트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면, 벤포티아민은 하이패스처럼 멈추지 않고 세포 속으로 직행하는 셈이다.
실제로 국제적인 임상약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벤포티아민은 일반 티아민 대비 생체 이용률이 무려 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흡수되는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혈중 최고 농도(cmax)와 체내 흡수 총량(auc) 모두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로 회복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흡수된 비타민이 몸속에서 얼마나 오래 작용하느냐도 중요하다.
최신 약동학 연구에 따르면 벤포티아민을 7일간 연속 복용했을 때, 일반 티아민보다 체내 축적 비율(accumulation ratio)이 약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벤포티아민이 한 번 흡수되면 체내에서 쉽게 제거되지 않고 더 오래 머무른다는 뜻이다. 체내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우리 몸이 더 에너지를 만들고 신경 피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침에 먹은 영양제의 효과가 오후까지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활성형 비타민 선택이 필수적인 이유다.
마그네슘 함께 복용하면 '시너지'… 커피·녹차 '시간차' 둬야
아무리 좋은 활성형 비타민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율은 달라진다. 이상봉 약사는 비타민 b1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짝꿍 영양소로 '마그네슘'을 꼽았다.
비타민 b1이 체내에 흡수된 후 실제 에너지 대사에 쓰이려면 '활성형 효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이 변환 반응을 돕는 필수 조력자가 바로 마그네슘이다. 이 약사는 "비타민 b1이 연료라면 마그네슘은 점화 플러그와 같다"며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에너지 생성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주의해야 할 기호식품은 '커피'다. 커피나 차에 함유된 '탄닌(폴리페놀)' 성분이 티아민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흡수를 방해한다는 것은 생화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 약사는 "일반적인 하루 1~2잔의 커피가 벤포티아민 흡수에 미치는 임상적 영향은 아직 명확지 않지만, 과도한 섭취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피의 이뇨 작용이 소변량을 늘려 수용성 비타민의 배출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고함량 비타민 섭취 시 속 쓰림이나 특유의 냄새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약사는 "빈속에 먹으면 메스꺼울 수 있으므로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며 "만약 고함량 제품이 부담스럽다면 아침과 점심으로 나누어 '분할 복용'하는 것도 위장 부담을 줄이고 체내 농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단,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므로 수면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늦은 오후나 취침 전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약사가 조언하는, 똑똑한 비타민 b 선택법
수많은 비타민 제품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이상봉 약사는 피로 회복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 비타민 선택 시 다음 3가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1. 벤포티아민 성분
가장 먼저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확인해 비타민 b1 성분이 '벤포티아민(benfotiamine)'인지 살펴봐야 한다. 앞서 강조했듯 벤포티아민은 지용성 구조를 가져 일반 티아민(티아민질산염 등) 대비 생체 이용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빠르고 강력한 피로 회복을 원한다면 필수적인 체크 포인트다.
2. 비타민 b군 8종 함유
비타민 b1 하나만 고함량이라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비타민 b군은 b1부터 b12까지 총 8가지 성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에너지 대사 효율이 극대화된다. 이 약사는 "어느 한 성분이라도 부족하면 전체적인 대사 불균형이 올 수 있다"며 비타민 b군 8종이 모두 함유된 복합제를 선택할 것을 권장했다.
3. 활성형 비타민
단순히 수치상 함량이 아닌, 실제 몸에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약사는 "아무리 고함량이라도 체내 흡수율이 낮으면 배출되기 바쁘다"며, 일반 비타민보다 체내 흡수와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활성형 비타민 b' 제품인지 따져보는 것이 똑똑한 소비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