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1분 만에 불안 없애는 방법'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조회수 약 400만 회를 기록한 해당 게시물은 "냉장고에서 아이스팩을 꺼내 목뒤에 1~2분간 접촉하면 미주 신경을 자극해 불안·긴장이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미주 신경이 전신에 퍼져있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직접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과연 해당 게시물의 내용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하이닥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승영(좋은사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유은정(서초좋은의원) 원장과 함께 '팩트체크'를 해본다.

q. 영상에서 소개하는 아이스팩 사용법이 실제로 불안이나 긴장 완화에 도움 되나요?
유은정 원장 : 네,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이나 긴장이 심해지면 우리 몸은 위협에 대응하는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심장이 빨리 뛰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몸이 과하게 각성되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스팩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몸을 진정시키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고,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승영 원장 : 이와 같은 반응은 '다이빙 반사(diving reflex)'라는 생존 본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얼굴에 차가운 물이 닿으면 자동으로 심박수가 느려지고 혈류가 뇌, 심장 같은 주요 장기로 집중되는 생리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본능적인 조절 작용입니다.

따라서 얼굴에 찬물이나 아이스팩이 접촉되면 다이빙 반사 작용으로 인해 심장 박동이 느려져 산소 소모량이 줄고, 팔다리로 향하는 말초혈관도 수축돼 혈액이 뇌와 심장에 집중됩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뇌신경 중 10번째 신경인 미주신경입니다.

q. 미주 신경이 전신에 퍼져있다는 것도 사실인가요?
유은정 원장 : 네,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미주신경은 뇌(brain stem)의 연수에서 시작하여 우리 몸의 많은 부분에 퍼져있습니다. 목에서는 후두 신경가지가 발성과 삼킴을, 인두 신경가지는 인두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합니다. 심장과 폐에 분포된 미주신경은 심박수와 호흡을 조절하며 식도에서는 음식물이 내려가는 연동운동에 관여합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위장관계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소화액 분비, 장운동, 영양소 흡수 등을 조절합니다. 이처럼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계의 핵심 경로로 작용하며 우리 몸이 '휴식과 이완' 상태로 돌아가도록 돕습니다.

q. 해당 영상에서 소개하는 안정 방법을 따라 해도 괜찮을까요?
유은정 원장 : 네, 찬물 혹은 아이스팩으로 얼굴이나 목을 찜질하게 되면, 우리 몸이 안정 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에 공황발작 직전 같은 상태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불안 상태에서는 차가운 자극 자체가 감각을 전환시켜 아이스팩에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불안한 생각의 고리를 끊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승영 원장 :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스팩으로 간단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므로 일시적이거나 심하지 않은 불안 증상에는 시도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은 자율신경계 이상 외에 심리적인 문제 등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이 심하거나 지속되는 경우에는 정신과에 방문하셔서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자나 저혈압 환자, 미주신경성 실신을 경험했던 분들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번외로, 아이스팩이 갑자기 피부에 닿거나 오래 노출된다면 동상이나 다른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부드러운 천에 감싸서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q. 물리적인 미주 신경 자극이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있나요?
오승영 원장 :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물리적 미주 신경 자극을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미주신경자극치료(vagus nerve stimulation, vns)입니다. 이 치료는 왼쪽 쇄골 아래에 소형 전기자극장치를 삽입하여 주기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치료입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나 치료 저항성 우울증처럼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분들의 경우 물리적인 미주신경자극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 때문에 약물 복용이 어려운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치료입니다.

유은정 원장 : 불안이나 불면을 겪는 환자분들께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미주신경 자극 루틴(vagal toning routine)'을 권하기도 합니다.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방법 중 가장 전통적인 것은 복식호흡입니다. 4초간 배를 풍선처럼 부풀리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6초간 천천히 내쉬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명상처럼 "음"이나 "옴"과 같은 소리를 내며 성대를 울리면 미주신경이 지나가는 성대 근육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예 복부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복부 장기에는 미주신경이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찜질팩을 얹어 따뜻한 자극을 주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가운 물체를 활용해 미주신경을 자극한다면 영상에서 소개한 목뒤 부위 외에 눈 밑, 뺨, 목 옆 부분 등에 적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안구 움직임 치료도 정신과에서 많이 권하는 방법입니다. 머리는 고정하고 눈동자만 좌우로 천천히 10회 정도 왕복하면 뇌간과 미주신경 관련 영역이 안정됩니다. 이외에 가글하기, 노래 부르기, 자주 웃기 같은 작은 습관들도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q. 불안이나 긴장을 완화하는 다른 좋은 방법도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승영 원장 : 긴장 이완법과 같은 행동 치료나 요가, 명상, 복식호흡 등도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은정 원장 : 미주 신경을 자극하는 의료장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fda 승인이나 유럽 ce 승인을 받은 여러 장비들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보편화되지 않아 해외 직구 사이트나 국내 수입사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항불안제 복용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 전문가 처방을 통해 디지털 약(digital medicine)을 사용해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