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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골반통 유발하는 자궁내막증, 치료 미루면 난임 원인
#월경통, 만성 골반통, 성교통이 있던 a씨. 피임을 하지 않고 부부관계를 해도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산부인과 골반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이 커져 있으며, 난소에 오래된 피가 차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낭종(cyst)이 보인다고 진단받았다.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이 있는 환자의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내막이 아닌 다른 곳(주로 난소, 자궁근육층, 골반 복막 등)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월경혈의 역류'가 있습니다. 월경혈의 역류로 자궁내막 세포가 복강 내로 들어가서 자궁내막 조직이 성장하고, 생리와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난소에 혹을 만들거나 자궁벽을 두껍게 만들거나 조직 사이의 유착을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로 통증이 발생하고, 혹이 생기고, 난임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치료로서 반복적인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주어 환자를 괴롭히는 일종의 만성병입니다.
내막종(endometrioma)은 자궁내막증 중에 난소에서 오래된 피로 형성된 낭종이 생기는 것입니다. 월경혈의 역류로 난소 주변으로 이동한 자궁내막 조직에서 생리와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리처럼 출혈이 생기면서 오래된 피로 차 있는 혹이 생기게 됩니다. 내막종은 모양이나 크기가 매우 다양하며 통증(월경통, 골반통, 복통 등)이 있는 경우가 많고, 난임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난소의 정상적인 조직을 손상시켜 난소의 기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내막종은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골반 초음파검사로 보통 진단이 가능하며, 정밀검사로 mri나 ct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진행성 병변이므로 그대로 방치할 경우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많고, 난소와 자궁 주변 조직의 유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을 받았다면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권유됩니다.
내막종의 치료는 대개 수술로 내막종 제거 후에 호르몬제 복용을 통해 생리를 억제합니다. 수술은 내막종의 즉각적인 제거 효과를 볼 수 있고, 제거된 조직의 조직검사로 자궁내막증을 확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증의 경감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며, 난임인 경우 가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호르몬제 복용을 통한 생리 억제는 자궁내막증의 재발을 줄이고 통증을 경감시킵니다.
내막종은 보통 복강경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난소의 정상조직은 최대한 살리면서 내막종을 제거하고 자궁과 난소 주변의 유착된 조직들을 분리해서 원래의 해부학적 구조로 복원하는 과정을 시행합니다. 수술에서 주의할 점은 정상 난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내막종이 난소를 침범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내막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난소 조직은 어느 정도 손상될 수밖에 없는데 이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을 로봇수술로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정밀한 장점이 있어 수술 과정에서 정상적인 난소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조직들 사이의 유착을 해결할 때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조직의 손상이 적으면 그만큼 출혈량이 줄어들 수 있고, 수술 후 통증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내막종의 치료 옵션으로 수술 대신 경화술을 시행해 볼 수 있습니다. 경화술은 질 초음파로 낭종을 확인하면서 초음파 옆에 고정된 바늘을 이용하여 질 내부에서 골반 안에 있는 내막종을 찔러서 시행합니다. 혹으로 들어간 바늘을 통해 내막종을 흡입하고 에탄올로 내막종 내부의 조직을 씻어 괴사시킵니다. 수면마취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고, 회복 기간이 거의 필요 없으며 정상 난소 조직 손상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내막종의 크기나 모양, 위치에 따라 시행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조직검사를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주어 환자를 괴롭히는 만성병입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에, 이전에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도 자신의 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가 낮으면 진료 순응도가 낮아지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아 추후 많이 악화된 상태로 치료옵션이 별로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을 만성질환으로 이해해야 하며,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의 나이, 향후 임신 여부, 증상의 형태와 정도, 자궁내막증 상태 등을 고려하여 치료를 장기간으로 계획해야 합니다. 특히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더욱더 철저한 진료가 필요하겠습니다.
글 = 최진영 원장(최상산부인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